올드 포기
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은 클래식 음악이 ‘변함없는 고전’처럼 느껴지고, 바흐, 모차르트, 베토벤, 슈만, 쇼팽, 리스트, 바그너 등 수많은 작곡가가 모두 똑같은 ‘옛날 사람’으로만 여겨지기도 한다. 그렇다면 그 음악들이 작곡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어땠을까? 아직 청중의 귀에 익지 않았을 때도 명작으로 인정받았을까, 아니면 신선하지만 어색하게 들렸을까? 혹시 이상하다거나 끔찍하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까?
저자 제임스 휴네커는 이 책에서 ‘올드 포기’, 즉 ‘꼰대’라는 이름을 쓰는 가상 인물의 입을 빌려, 리스트, 바그너, 차이콥스키 등의 음악을 격한 어조로 비난한다. 휴네커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활동한 음악 평론가로, 실제로는 리스트, 바그너,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당시에 비교적 새로웠던 작곡가들의 음악을 옹호했다고 알려져 있다.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일부러 70대 노인의 인격을 흉내 내면서, 19세기 음악을 그 이전과 비교하며 새로운 작곡가들의 음악이 지나치게 화려한 효과만 좇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잃었다고 비판한다.
일방적인 억지 같기도 하고 일리 있는 주장 같기도 한 18편의 평론과 2편의 소설을 읽으면, 새로운 음악이 곧 좋은 음악인지, 왜 어떤 음악은 좋게 들리는데 다른 음악은 그보다 못한 것 같은지,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자문하게 된다. 《올드 포기》는 단순히 좋거나 싫다는 느낌을 표하는 것을 넘어 그 느낌의 이유를 자기 나름대로 설명하고, 다른 사람의 견해를 이해하며 존중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.